당뇨병 환자의 비만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팩트시트 2024’에 의하면, 당뇨병 환자 중 절반(53.8%)이 비만이며 그중 61.2%는 복부비만입니다. 체중이 당뇨병 예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인 만큼 적절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비만과 당뇨병,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오늘의 당뇨레터 두 줄 요약
1. 비만과 당뇨병은 서로 악영향을 미치며 복부비만은 특히 치명적입니다.
2. 식습관 되짚어본 후 섭취 열량 제한, 운동 병행하세요!
비만과 당뇨병은 상호 악영향
비만과 당뇨병은 상호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개별적으로도 건강을 위협하지만 두 가지가 동시에 발병하면 더욱 치명적입니다. 비만인 사람은 정상체중보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4~6배 높으며 비만한 당뇨병 환자는 정상 체중인 당뇨병 환자보다 예후가 불량합니다.
몸속에 체지방이 쌓이면 인슐린이 작용하는 세포에도 지방이 축적돼 염증이 생기면서 인슐린 저항성이 유발됩니다. 인슐린 저항성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아무리 많이 나와도 몸에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것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높을수록 혈당 관리가 어려워지고 치료 반응이 떨어집니다. 혈당 조절이 안 되니 미세혈관 합병증 및 대혈관 합병증 발병위험이 커집니다.
대한당뇨병학회 최성희 홍보이사(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비만한 경우, 고지혈증·고혈압·신장 기능 등이 빠르게 악화되기 때문에 고지혈증·고혈압·단백뇨를 이미 동반하고 있거나 심근경색, 뇌졸중, 동맥경화증 등의 병력이 있는 환자는 비만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배 나온’ 비만이면 더 치명적
당뇨병 환자가 복부비만인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복부비만은 허리둘레가 남성 90cm 이상, 여성 85cm 이상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지방은 피부 아래에 쌓이는 지방과 신체 장기 내부나 장기 사이의 공간에 축적되는 지방으로 나뉘는데 후자가 건강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복부에 살이 찌면 공간의 여유가 많아져 내장지방이 쌓이기 쉽습니다. 내장 지방이 많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혈당 조절, 지방 분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방이 계속 축적돼 더 이상 쌓일 곳이 없으면 췌장, 근육 등 장기에 직접 쌓이는 이소성 지방이 생깁니다. 이소성 지방이 췌장에 쌓이면 인슐린 분비 능력을 떨어트리고 인슐린 저항성을 더 높입니다. 당연히 합병증 발병 위험도 커집니다.
다른 비만 관련 지수와 관계없이 복부지방률이 증가할수록 안과 합병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중국 광저우 중산대 연구가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숭실대 공동 연구 결과, 당뇨병 환자의 복부비만 정도가 신경교종 발생 위험을 최대 37%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체중 3~7% 감량부터
비만과 당뇨병 개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면 체중 감량부터 빨리 시작해야 합니다! 부산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연구팀의 ‘당뇨병 환자의 비만 관리’ 논문에 의하면, 비만한 당뇨병 환자는 체중의 3~7%를 감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체중의 5%를 줄이면 혈당 수치가 개선되고 7% 이상을 감량하면 혈당뿐 아니라 지질, 혈압 개선 효과가 있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에서도 비만한 당뇨병 환자는 의학영양요법과 운동요법으로 체중을 5% 이상 감량하고 유지할 것을 권고합니다.
식습관 되짚어보고 운동 병행을
건강한 체중 감량을 위해서 생활습관 개선과 적절한 약물 치료가 동반돼야 합니다. 당장 뭐부터 실천할지 모르겠다면 식사 관리부터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최성희 홍보이사는 “현대 사회의 식습관 변화와 이에 따른 소아청소년기의 비만도 증가로 당뇨병 전 단계와 비만 환자군이 늘어나며 비만형 당뇨병 환자가 증가 추세”라며 “음식 섭취가 비만도 증가의 주요 원인인 점을 고려해 섭취 열량을 제한하면서 영양소를 골고루 풍부하게 섭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하루 섭취 열량은 1200~1800kcal로 유지하면서 건강상태, 생활습관 등을 고려해 장기간 실천할 수 있는 식단을 선택하세요. 미국 웨이크 포레스트대 연구팀이 과체중 및 비만한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총 칼로리 섭취를 ▲체중 140kg 미만일 때 하루 1200~1500kcal ▲체중 140kg 이상일 때 하루 1500~1800kcal로 제한하고 1주일동안 최소 175분 이상의 중등도 강도의 신체활동을 권고했습니다. 약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체중이 평균 4.7% 줄어들었으며 평균 당화혈색소·당뇨병 약물 필요량이 감소했습니다.
1년 이상 장기간 체중 감량을 유지하려면 주 200~300분의 높은 강도의 운동이 동반돼야 합니다. 유산소 운동과 함께 복부 근육을 키울 수 있는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복부지방과 체중을 효과적으로 감량할 수 있습니다. 유산소 운동은 ▲빠르게 걷기 ▲자전거 ▲수영 등 본인이 지속적으로 안전하게 실천할 수 있는 종류를 선택하면 됩니다. 복부 근력 운동으로는 제자리에 서거나 바르게 앉은 상태에서 허리를 곧게 편 다음 뱃가죽이 등에 닿도록 한다는 느낌으로 배를 집어넣고 힘을 줘서 30초가량 그 상태를 유지하는 드로인 운동을 추천합니다.
최지우 기자 cjw@chosun.com 발췌